[천일자담] 고려, 조선의 북방 영토 확장에 대한 여러 가지 잡담 필사



  전쟁을 잘 해서 영토를 넓혀야 훌륭한 왕이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모르나 인도에서는 이런 관념이 명군의 기준으로 자리잡은 시절이 길었습니다. 이 때문에 걸핏하면 전쟁이 일어나긴 했지만요. 전쟁에서 입는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면, 꼭 얻어야 할 이득이라면. 전쟁도 좋은 수단이라 봅니다. 그러나 잘못하면 안한 것 보다 훨씬 못하다는 점을 늘 주지해야 합니다.

 

  갑자기 엉뚱한 얘기를 꺼내서 이 글을 쓰는 제 자신에게 아주 황당합니다. 썩은 글이나 읽는 썩은 선비라는 자조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어찌됬든, 지난 밤에 썼던 천일자담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우리나라 역사와도 연계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고려와 조선이 영토를 확장한 역사를 가지고도 우리나라가 침략만 당해온 역사라는 얘기 따위를 개소리로 치부합니다. 이런 거친 얘기부터 하면서 뺏지 않으면 빼앗기는게 인간사로 여깁니다. 뺏은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 지키는 노력을 해야하는 점도 그러합니다.

 

  조지 워커 부시가 저지른 이라크 전쟁처럼 전쟁만 잘 하는게 능사가 아닙니다. 뒷일을 제대로 치루지 못해 이라크에서 지옥문을 활짝 열리게 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군을 비롯해 숱한 사람을 엄청나게 고생시킨 점을 떠올리니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절로 눈물 젖어 쓰디쓴 잔을 마신 기분이 듭니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고려 조선 시대에 있던 전쟁을 치루고 한 뒷일이 이라크 전쟁과 다를 텝니다. 여기서 말하는 뒷일이란 원주민인 여진인을 몰아내거나 복속하고 난 뒤에 남쪽에 있던 농민을 이주하는 일을 가리킵니다. 이런 역사에서 미국서부시대를 떠올립니다. 인디언을 죽이거나 몰아낸 뒤에 그 빈 땅에 이민자가 자리잡은 것처럼 입니다.

 

  이런 경우는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에서 나온 식민지와 같은 개념으로 받아봅니다. 차지한 땅에 군주를 따를 백성을 이주해서 그 땅을 지키도록 한다입니다. 다시 보아서 확인해야 겠지만, 이렇게 하면 점령지에 군대를 주둔한 경우에 비해 훨씬 싸게 먹힙니다. 그 땅을 차지한 이주민이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군주를 따를 밖에 없는 점부터 군주에게 확실한 이점입니다. 그런 땅이 제후의 영지에 비해 군주에 비해 충성도가 확실하겠고요. 군주를 정권으로 바꿔보면 남북 전쟁 시절에 캘리포니아주가 남부 연맹을 탈퇴하고 나고 북부 연방에 합류한 점이 이와 연계를 지을 수 있다고 봅니다. 텍사스주가 연방에 탈퇴하고 연맹에 들어선 점과 대비됩니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지만요.

 

  미국 역사에서 우리나라 역사로 넘어가자면, 고려가 후삼국시대부터 차지해가는 대동강 이북 땅이 초반에는 캘리포니아 나중에는 텍사스처럼 되었다고 봅니다. 이번에도 배가 산으로 갔다는 기분이 옵니다. 평양이 그 중심지라 할 수 있으며 서경으로 지칭할 만큼 본거지인 개경다음으로 고려 왕실에는 중요한 거점이었습니다. 평양을 중심으로 한 이 땅을 차지하고 굳건히 지킨 덕분에 고려거란을 물리쳤다고 봅니다. 강동 6주를 차지해 그 땅에서 방어 거점을 제대로 축성한 덕분이 크긴 하지만요. 그러나 그 땅이 고려 왕실과 조정에서 멀어지니까 묘청의 난과 같은 봉기가 계속 일어나고 몽골이 쳐들어온 시기에는 몽골로 전향하고 맙니다. 그렇게 넘어간 땅이 동녕부로 일겉으며 주원장이 원나라가 그 땅을  차지했다는 근거를 들어 뺏어먹으려 찔러냈던 일을 떠올립니다. 못된동 같으니. 이런,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고 말았습니다. 농민을 이주한 덕분에 고려가 그 땅을 확실히 차지했던 점만 말해도 충분했을 텐데 말입니다.

 

  조선도 사람을 이주한 덕분에 압록강 중상류와 두만강 이북 땅을 확실히 장악했습니다. 하삼도에- 전라도,경상도,충청도 -  있는 백성 중에 1400여호를 강제 이주 했습니다. 그 주체가 애민 정치로 존경받은 세종 임금인 점이 역설스럽긴 합니다. 유교를 바탕으로 한 왕도 정치를 충실히 구현하신 분이지만, 여기만큼은 그 순리를 따를 겨를이 없었나 봅니다. 관리조차도 그 험한 땅에 가지 않으려 자기 팔을 잘라버린 사건이 일어났던 만큼, 강제로 고향에서 떠나야 했던 백성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그 침통할 마음을 잴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거기에다 그 땅에 자리잡은 이들의 후손이 중앙 정권으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고 배제되었던 점까지 떠올리면 더욱 그러합니다. 이렇게 쓰니 일요일에는 중앙 정권으로부터 차별받은 지방민에 대한 얘기를 써야겠습니다.

 

 

  여러 정신없는 잡담을 나열해서 찜찜합니다. 보시는 분들이 아주 그럴 것 같아 숙쓰럽습니다. 이런 얘기를 쓰면서 소설 쓰는데 좋을 두 소재를 떠올립니다. 하나는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살게된 이주민이 겪는 고달픈 삶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에 생긴 다툼으로 유혈극으로 이어지는 현실상입니다. 어느 경우든 현실은 쓰라리다는 면모를 잘 나타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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