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앨더란 - 달이 뜨지 않는 밤하늘 글터


  앨더란 왕궁


  베일 오르가나는 한밤중이어도 자지 않고 베란다에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그런게 아니었다. 누군가 자신을 만나려 한다는 점을 일찌감치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나려 하는 가 누구인지도 일찌감치 알아차리면서. 오르가나는 달이 뜨지 않아 오로지 별빛 밖에 비추지 않는 밤하늘을 보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왜 검은 숲으로 되돌아온 건가? 눈을 잃은 푸른 늑대여."

  [보고서.]


  베일 오르가나 이 말을 하자마자 뇌리에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온 기분이 들었다. 익히 아는 목소리였다. 이 자는 늙지않는 건가. 뇌리로 곧바로 전달해온 이 목소리가 젊은 시절과 똑같으니까 베일 오르가나는 시기심이 살짝 들었다. 자신이 점차 늙어가니까.  자의 목적대로 일찌 보내지 않으리라. 오르가나는 이런 기분이 들자  이렇게 마음먹었다.


  "죽은 자가 돌아왔다고 얘기하다니. 나이가 많이 먹어서 그런지 헛소리가 하는군."

  <그대가 지원하는 세력. 장차 제국과 대항할 군대의 초석이 될 이들에 대한 현황을 나타낸 보고서로군.> 오르가나는 겉으로는 이렇게 한탄하는 말을 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의사를 전했다.  그가 여기에 찾아온 목적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감시할 무리한테 자신이 남몰래 계획하는 대의를 들켜서는 안되었기 때문이다. 포스 능력자가 아니면서도 그와 텔레파시가 가능하다는 비밀도 같이. 비록 그가 텔레파시를 거는 경우에만 할 수 있지만. 


  <맞습니다.>

  그는 첫문장처럼 짧게 말했다. 이렇게까지 말을 아끼는 건가. 오르가나는 이런 의문이 들자 대화를 잇지 못했다. 모르는 사람한테는 지독하게 과묵해도 친근한 사람한테는 말이 아주 많은데. 어린 시절부터 그와 밀접하게 지냈기 때문에 그가 이런 성격이 있는 점을 잊지 않았다. 이런 기억을 떠올려서 잠시 말을 잊지 못하는 사이 갑작스럽게 돌풍이 세차게 불어왔다. 그가 포스로 돌풍을 일으킨 건가. 오르가나는 이런 의문이 들었으나 이 세찬 바람때문에 다급히 몸을 웅크리면서 베란다에 기대었다.



  한참동안이었어도, 오르가나는 정신이 아주 없었다. 그 바람에 자신이 뭔가를 밟을 뻔했다는 점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투명한 수정이 수수하게 장식된 귀걸이. 오르가나는 이 귀걸이를 보자 곧바로 그가 홀로크론 대용으로 썼던 장비인 점을 알아차렸다. 또한, 그가 때로는 굶주린 늑대처럼 매우 탐욕스러운 성품인 점을 같이 떠올렸다. 이런 그가 이렇게까지 자기 물품을 허술하게 떨어트릴 리가 없었다. 그의 이런 일면도 익히 아는 오르가나는 이 귀걸이에 그가 전할 보고서가 담겨있다고 재빠르게 알아차렸다. 그는 일어서면서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이를 집어냈다.


  비록 자신이 귀걸이에 담긴 내용을 알아볼 방법이 없으나 다른 사람이라면 가능했다. 오르가나는 그 다른 사람으로 찾아가는 마음이 급했으나 신중하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여기 앨더란 왕궁에도 침투한 제국의 감시를 엄두해 두었기 때문이다. 이 목걸이를 아내를 통해 전달하면 되겠군. 오르가나는 속으로 이렇게 안도하며 자신을 배웅하려 베란다고 나가려는 아내를 보았다. 그를 오래 붙들지 않아 매우 아쉬워도 언젠가는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날이 오겠지. 이런 기대를 하면서이다.



  여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얘기처럼 글감이 떠오르면 일단, 거기에 맞추어 쓰렵니다. 머뭇거리다가 쓸 때를 놓친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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