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간손미로 삼국지 관련 얘기를 해서 그런지 그 시대에 관련있는 얘기를 더합니다.
원소가 전풍(田豊)과 저수(沮授)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관도대전에서 원소측이 이 두 사람이 구상한대로 지구전을 벌였다면, 조조를 확실하게 격파하고도 남았을 텝니다.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도 조조 진영은 패망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왜 원소가 이 두 사람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이를 조잡하게나마 살핍니다.
원래부터 같은 편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집단 내의 주도권을 주고 암투를 벌어야 하는 처지였다. 결론부터 말합니다. 의외로 그 시대도는 어느 지역 출신이 중요했다. 이 생각을 해봅니다. 원소는 다른 지방에서 온 군벌이나 전풍과 저수는 기주(冀州)에서 살아온 호족이니까요.
원소가 어디 출신인지. 여기먼저 얘기합니다. 사서에서는 원소가 예주 여남군 여양현(豫州 汝南君 汝陽縣) 사람으로 나옵니다. 이는 조상의 본적을 나타낸 것이지 실제는 수도인 낙양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적모의 삼년상을 치르려고 여남으로 낙향했습니다. 이 삼년상을 다 치른 다음에 부친의 삼년상을 치릅니다. 무려 6년이나 상을 치뤘기 때문에 효성이 대단한 사람으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덕분에 원소의 입지가 확 올라갔습니다. 유복자인데다 모친이 노비인 천출인 제약에서 벗어났고요. 또한, 6년 동안 여남에서 상을 치뤘으니 그 고장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나 다를 바가 없게 되었습니다. 관도 대전이 일어났을 때에는 여남에서 원소측의 선동으로 조조를 향한 봉기가 일제히 일어났던 점도 이와 무관치 않을 텝니다.
이에 반해 전풍과 저수는 각기 기주 거록군(鉅鹿君), - 혹은 발해군(渤海君) - 기주 광평군(廣平郡) 사람으로 나옵니다. 특히 저수는 기주별가를 지냈다고 합니다. 별가(別駕)는 자사를 보좌하는 직책이면서 해당되는 주의 유력한 호족이 앉는 자리였습니다.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원소는 저수와 전풍을 경계했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옳은 얘기인 점을 알면서도, 주도권을 이들한테 빼앗기고 싶지 않았기에 이들의 조언과 반대되는 정책을 골랐다고 봅니다. 관도대전에서 심배(審配), 곽도(郭圖)가 주장한 단기전에 손을 듣 것이 가장 큰 사례입니다.
관도 대전이 있기 전에도 원소와 전풍,저수 사이에는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저수가 헌제를 옹립하자는 제안을 거절했던 점부터 얘기합니다. 원소가 헌제를 동탁이 옹립한 괴뢰다는 생각이 컸지만, 기주에 있는 호족이 황제의 신하로 자처하는 상황을 피하려 했다. 이렇게 판단합니다. 자신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위험을 자초하고 싶지 않았지요. 또한, 원소가 자신의 장남인 원담을 청주자사로 파견한 일을 저수가 만류했습니다. 장자가 후계자가 되어 가까이 있어야 하는데 원소가 원담을 형의 양자로 입적해서 후계자가 될 자격을 박탈했기 때문이니까요. 후계자 문제에 끼어들었다는 점에서는 저수는 원소의 눈밖에 나고도 충분했겠습니다.
한편, 전풍과도 처수처럼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전풍에게 있는 평가가 이러합니다. 억세므로 필히 윗사람을 거스르는 사람이다. 조조의 참모인 순욱이 이런 내용으로 전풍을 평가했었습니다. 직언으로 윗사람과 다투기 쉬운 사람이었지요. 그래서인지 관도 대전이 끝나고 난 뒤에 처형된 점이 이런 성품과 무관치 않았다고 봅니다. 반대파인 봉기가 한 참소가 결정타였다고 하지만, 관도대전에서 크나큰 타격을 잎은 원소는 전풍을 감당할 수 없다는 쪽이 더욱 기울입니다. <아무리 명마라도 주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면면 죽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 생각을 씁쓸하게 적습니다.
<주도권.> 이 낱말을 상기하며 이번 천일자담을 끝냅니다. 원소는 집단 내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하려고 무리수를 두었다. 일단 이렇게 봅니다.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여 성공한 경우가 있었으나 더욱 그러했고요. 계교 전투에서 공손찬군과 싸웠을 때, 적군이 지휘부까지 급습했었습니다. 여기에 전풍이 물러나가자고 조언하자, 원소는 이를 뿌리치고 결사 항전을 벌였습니다. 원소가 떨친 이런 기세에 힘을 얻은 원소군은 공손찬군을 물리쳤고요. 원소는 이런 성공을 했으니까 자신의 방책을 고수했다. 주도권을 다른 사람한테 넘어지 않으려고. 이런 생각으로 매듭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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