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여자담/西華史] 숙손통 필사



  제목에 나타난 인물은 여러모로 흥미롭습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니까 옳은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낮은 자리에 있었던 시절에는 손가락질을 받는 선택을 했지만,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를 무게를 더욱 둡니다. 요새 남한 정가를 보면, 높은 자리에 앉자마자 역겨운 냄새나 풍기는 자들이 우글대니 차라리 죽은 서화인이 더 낫다는 얘기를 합니다. 숙손통처럼 말입니다.


  죽은 사람. 그것도 서화로 혐오하는 감정을 드러내곤 하는 중국. 저쪽 인물을 추앙하는 의견을 내는가. 그가 유방의 신하가 되어서 공적을 세운 뒤에 했던 행적이 의미깊습니다. 주 왕실에 있던 예법을 간략하게 해서 한 황실에 맞도록 했습니다. 이러니까 유방이 기뻐했습니다. '내가 이제서야 황제가 좋다는 것을 알겠구나'.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제 3권 : 여씨와 유씨에서 '' 괄호에 나타난 얘기를 했던 장면을 보았던 기억을 집습니다. 문구까지 기억하지 못하니 쑥스럽지만요.


  위계질서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을 때에는 한 조정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무장이 술에 취하니까 칼을 휘둘려 궁궐 기둥에 박힌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유방이 보는 앞에서 말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방치하면, 전란이 다시 일어날 위험이 있습니다. 숙손통은 한 조정 안에서 일어날 전화(戰火)를 미리 끈 공헌을 했던 셈입니다.


  유방이 숙손통이 제시한 예법에 기뻐하니까 그에게 포상을 후하게 했습니다. 높은 벼슬과 황금 오백금. 숙손통이 이를 받으려는 순간에 했던 처세가 훌륭합니다. 받게될 황금을 자신을 따르는 유생에게 고루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벼슬을 주자는 청원을 했습니다. 나만 받아먹어 쳐먹으려 한다. 남한 정가 그것도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일수록 나타나는 탁류와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나만 생각하는 여느 남한 사람과는 그릇부터 다르다. 이러니까 숙손통을 성인으로 추앙할 이유가 된다고 봅니다. 이런 처세는 후임의 장래를 잘 보장하면서 나아가 유학(儒學)이 표준으로 자리잡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판단을 합니다.


  유방이 후계자를 바꾸려 할 때에는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정면으로 막아냈던 점도 눈여겨 봅니다. 피가 땅바닥에 흐를지어도. 전국시대에 살았던 영걸 중 하나인 인상여가 진 소양왕 앞에서 이런 얘기로 결의를 나타낸 일화까지 떠올립니다. 쉽게 얘기하면 자신이 죽더라도 막아내야 하는 일을 했던 셈이었습니다. 숙손통 뿐만 아니라 여러 중신이 반대했던 사항이기도 합니다. 진 제국이 망한 내막이 시황제 영정이 후계자를 부소에서 호해로 바꿨으며 그러기에 이런 전철을 따라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유방이 자기가 바라는 일이 되지 않으니 화나겠지만, 옳은 의견이니 거기에 따랐습니다. 여기에서는 자신이 배웠던 바를 훌륭하게 응용했다는 평가를 내립니다. 유학(儒學). 그가 유생(儒生)이다는 출신을 주목하면서 말입니다.



  한 고제를 섬기는 신하가 되어 기반을 구축했을 때에는 눈부십니다. 그러나 진 조정에 있었을 때에 했던 행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당시 천자인 호해에게 아첨을 했던 일입니다. 진승과 오광이 봉기했다는 소식이 함양에 도달했던 때였습니다. 호해는 이런 소식에 어떻게 대처할 지를 여러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대부분은 반란을 일으켰으니 빨리 진압해야 마땅하는 진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숙손통을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만 보면 숙손통이 비겁하다는 비판이 잘 맞아떨어집니다. 자기만 살 길을 찾아 빠져나간 셈이니까요. 곧은 말을 했던 사람들은 호해가 부린 관리에게 조사를 받다가 죽고 맙니다. 그러면서 호해는 숙손통에게 포상을 하지만, 받을 사람은 도망치고 맙니다. 숙손통은 호해가 진언을 싫어하는 자라는 본질을 꿰뚫었으며 이런 자가 수장으로 있는 진은 망할거다는 흐름을 파악했기에 여러 사람이 보면 그릇된 행동을 했습니다. 진실로 곧은 길은 구부리게 보인다는 얘기를 떠올립니다.



  진 조정에서 빠져나간 과정을 보면, 춘추시대 말기에 살았던 범려를 떠올립니다.  월왕 구천이 오를 멸망시키고 나서 후한 보상을 하고자 하니까 일가족을 데리고 다른 나라로 피신합니다. 범려와 같은 길을 걷지 않았던 문종은 토사구팽을 다하고 말았지요. 이런 전례를 아우르니 다른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고 거기에 맞추어 행동해야 한다는 처세술을 떠올립니다. 바다 서쪽에 있는 서화 땅이든 밝땅이든 사람이 사는 곳이 어느 정도 똑같다는 생각을 거듭해봅니다.


  다른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품은 초심을 잊지말고 기억하다가 이를 이룰 기회가 오면 올바르게 행동하는 경우입니다. 숙손통이 한의 신하가 되고 난 뒤에 행동을 살피니 유학자가 행동해야 마땅하는 덕목을 제대로 이루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춘추시대에 있던 전례를 살핍니다. 제의 재상으로 지냈던 관중과 안영입니다. 이들이 자신이 품은 의지를 이룰 자리에 오니까 사심없이 일을 했습니다. 올곧게 나라를 운영한 덕분에 나라가 흥성했으며 쇠락한 공실을 지탱하는 굳건한 대들보가 되었습니다. 숙손통이 옛사람이 훌륭하게 했던 일을 자기가 처한 상황에 맞추어 따라했던가. 이런 판단을 반쯤 확신하듯 적습니다.



  죽은 사람이 더욱 낫도다. 남한 정가에서 거듭해서 일어나는 탁류를 살피면 살필수록. 짙게 나타난 두문장이 이번 얘기를 하는 근원이 되는 듯 합니다. 현실의 그릇된 일면을 곧바로 얘기할 수 없으니까 무협 소설로 나타내듯이 말입니다. 이 얘기를 쓰면서 배웠다 바를 어떻게 행동하면 좋은가. 여기까지도 살필 시간을 마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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