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여자담/몽골사] 보르추 필사



  엉뚱한 비유를 쓰면서 시작합니다. 칭기즈칸으로 거듭난 보르지긴 테무친이 카를 마르크스이다. 그러면 보르추는 프리드리히 엥겔스이다. 뭔가 모르거나 못마땅하게 보이면 저를 빨갱이처럼 몰아붙일 사람이 많겠으나 거기에 개의치 않습니다. 칭기즈칸이나 카를 마르크스나 세계 역사에 대격변을 일으키는 중심인물이니까요.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카를 마르크스와 맹우(盟友)로 지내면서 그를 뒷받침했던 덕분에 '마르크스 주의'가 태동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러듯이 보르추의 존재가 막중하다는 의견을 나타냅니다.


  테무친과 보르추가 어떻게 만나면서 친구가 되었는가. 여기를 나타낸 일화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니까요. 몽골비사에 생생하게 기록한 부분. '천년영웅 칭기즈칸'과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처럼 칭기즈칸의 일대기를 다룬 여러 작품에도 나옵니다.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힘이 부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핵심만 집습니다.


  테무친이 보르추와 만나며 같이 지낸 덕분에 다른 사람을 향한 믿음이 깊게 생겼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이 허울 없이 친구로 되었으니 말입니다. 다른 사람을 향한 믿음이 생긴 계기는 타이츄트 부에서 탈출했던 과정에도 나왔습니다. 소르칸 시라 부자가 테무친을 탈출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몽골비사에 상세히 나오며, 라시드 앗 딘이 집필한 집사(集史)에 나타난 기록도 많이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온전하게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집사를 살피니 '부싯돌' 같은 필수 물품이 빠졌습니다. 테무친을 탈출하는데 동조했던 흔적이 나와서는 안된다. 이런 내막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테무친이 다른 사람을 향한 믿음을 깊게 하기에는 부족했다며 씁쓸해합니다.


  같은 부족민이었던 사람에게도 부족하게 느꼈던 뭔가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에게 확실하게 찾았습니다. 도둑맞은 말을 찾는 일정을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그러면서 테무친이 주려던 사례를 받지 않았습니다. 도리대로 했을 뿐인데 보상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인연 덕분에 테무친의 인생이 크게 바꿨다는 생각을 합니다.


 권력을 향한 집요한 욕망 때문에 혈육까지 죽인 사람이 다른 사람을 향한 믿음을 진정으로 갖기 힘듭니다. 이복형제인 벡테르를 죽였던 일을 살짝 언급합니다. 권력 투쟁 만을 보면 벡테르를 죽이는 길이 최선입니다. 벡테르가 친모인 호엘룬과 결혼하면 자신의 입지를 도무지 세울 수 없습니다. 패륜을 했으니 끔찍하지만 그의 일면 하나를 확실하게 파악합니다. 어떻게든 권력을 쥐려고 하며 쥔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테무친에게 있는 본질 중 하나가 이렇다며 바라봅니다.


  권력욕만 있으면 독이 될 뿐이죠. 권력을 차지하며 유지하는 과정에 필요한 덕목과 공적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보르추가 앞 문장에 언급한 필수 요소를 갖추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악명이 드높은 패륜아인 자신을 사심없이 친구로 맞이하며 사이좋게 지냈으니 다른 사람을 향한 믿음이 자리 잡도록 해주었습니다. 테무친은 보르추와 맺은 깊은 인연으로 다른 사람과 맺는 신의를 아주 중시했으며 이를 철저하게 지키고자 노력했다며 평가합니다. 그러기에 그를 프리드리히 엥겔스로 비견할 만큼 아주 중요한 인물로 치켜세웁니다. 눈부신 공적이 없으나 여느 사람보다 아주 훌륭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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